
고등어가 갈비라고요?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저도 피식 웃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통통한 고등어를 젓가락으로 뜯어먹다 보면, 그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부산 광복동 고갈비, 5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그 맛과 그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 고갈비 유래, 착각에서 시작된 이름
'고갈비'라는 이름의 유래를 놓고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전해집니다. 한쪽에서는 과거 서울에서 내려온 학생들이 고등어를 고급 갈비로 착각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고, 또 다른 시각에서는 소고기가 귀하던 시절 고등어를 갈비처럼 손으로 뜯어먹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저는 두 번째 이야기가 더 와 닿습니다. 50대 전후라면 아실 겁니다. 소고기는 생일상에나 올라오던 시절, 석쇠 위에서 지지던 고등어 한 마리가 얼마나 든든한 한 끼였는지를요. 갈비처럼 뼈를 붙잡고 살을 발라먹는 그 행위 자체가 고갈비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염장(鹽藏)'이라는 개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염장이란 소금으로 식재료를 절여 보존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살 속 수분을 조절하는 전통 보존 방식을 의미합니다. 광복동 원조 고갈비는 시중에서 파는 간고등어가 아닌 생고등어를 사용하고, 매일 새벽 자갈치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와 그날 염장을 합니다. 맛이 달라질까 봐 염장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50년 넘게 직접 손으로 간을 맞춰 온 것이지요. 제 경험상 이 한 가지 차이가 같은 고등어라도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들어냅니다.
## 애순씨 비법, 소리로 익힘을 판단하는 50년
애순 씨는 19살에 결혼해 큰아들을 등에 업고 이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5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고등어를 굽고 있습니다. 하루 최고 320마리를 구웠다고 하니, 단순히 계산해도 수십만 마리의 고등어를 손으로 다뤄온 셈입니다. 그 세월이 몸에 어떻게 새겨졌는지는, 고등어 익는 소리만 듣고도 정확히 화도를 판단한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
여기서 '화도(火度)'란 불의 온도와 열이 식재료에 전달되는 정도를 가리키는 조리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얼마나 익었는가를 온도와 시간의 조합으로 가늠하는 것인데, 고등어처럼 살이 두꺼운 생선은 겉이 탔다고 속이 익은 게 아니고, 속이 익었다고 겉이 적절히 구워진 게 아닙니다. 이 화도를 소리만으로 감지한다는 것은 오직 수만 번의 반복 끝에 생기는 감각입니다. 제가 직접 석쇠 앞에 서 봤는데, 저는 연기와 냄새에 정신이 팔려 소리를 들을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고등어 굽는 냄새가 몸에 배어 목욕을 해도, 옷장에서도 냄새가 난다고 했을 때, 저는 그게 단순한 고충이 아니라 일종의 직업적 훈장처럼 들렸습니다. 힘들었지만 이 고갈비를 먹고 좋아했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보람으로 50년을 이어왔다는 말에서 단순한 생업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고갈비를 잘 굽기 위한 핵심 조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간고등어가 아닌 생고등어를 매일 직접 구입
- 염장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손으로 간을 맞춤
- 화도를 소리로 파악하는 수십 년의 감각적 숙련도
- 지나치게 짜지 않게 간을 조절하는 밥반찬이 아닌 안줏감으로서의 균형

## 청춘의 맛, 막걸리 한 잔과 다락방의 기억
70~80년대 광복동 고갈비 골목에는 12곳의 고갈비집이 있었고, 값싼 고등어 안주를 먹으려는 대학생들로 줄이 늘어섰다고 합니다. 당시 막걸리 한 잔에 300원, 고갈비 기본 안주가 2,000원이었으니, 주머니가 얄팍한 학생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낭만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그 가격에 양도 푸짐했다는 점이 지금 기준으로도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어스름한 저녁,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2층 다락방에 자리를 잡으면, 이모님이 큼지막한 고등어를 석쇠에 올려 내오셨습니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속은 촉촉하게 김이 올라오던 그 비주얼, 그리고 파와 양념장 냄새가 섞인 공기. 친구들과 등 맞대고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미래를 논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던 그 시간들은, 지금 돌아보면 참 쓸데없이 사치스러운 행복이었습니다.
'노포(老鋪)'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온 점포를 가리키는 말로,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아니라 시대의 기억과 지역 정체성을 담고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집니다. 현재 광복동 고갈비 골목에서 애순 씨의 가게가 유일한 노포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 골목이 한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청춘을 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벽마다 손님들이 남긴 낙서가 가득한 그 다락방은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라고 하는데, 그 낙서들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젊은 날이었을 것입니다.
국내 외식산업 통계에 따르면 창업 후 5년 이내 폐업률이 6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https://www.semas.or.kr)). 그 안에서 50년을 버텨온 가게가 갖는 무게는 단순한 맛 이상입니다.
## 대를 잇는 고갈비, 전승의 의미
애순 씨는 딸에게 고갈비 비법을 전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딸이 먼저 대를 잇겠다고 나섰음에도 애순 씨는 처음에 말렸다는 것입니다. 일이 얼마나 고된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루 최고 320마리를 굽다 손이 상했다는 경험, 목욕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 고등어 냄새. 자식에게 그 삶을 물려주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딸은 이 가게에서 태어나 고등어 익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결국 그 소리가 자신의 일부가 됐다고 합니다. 여기서 '전통 기능 전승(傳承)'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승이란 단순히 기술이나 레시피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형성된 시간과 태도, 감각까지 함께 물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도를 소리로 감지하는 능력은 레시피에 적을 수 없습니다. 오직 직접 구워보면서 몸으로 체득해야 합니다.
UNESCO(유네스코)는 이러한 무형의 기술과 지식을 '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으로 분류하고 보호합니다. 무형문화유산이란 공동체가 세대를 이어 전달하는 관행, 지식, 기능을 의미하며, 특정 요리 기술이나 장인의 솜씨도 그 범주에 포함됩니다([출처: UNESCO 무형문화유산](https://ich.unesco.org)). 고갈비를 굽는 애순 씨의 손기술과 감각이 딸에게 전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가업 계승이 아닌 부산 음식 문화의 한 조각이 살아남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세월이 흘러 입맛도 변하고 세련된 식당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비 내리는 날이면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며 먹던 짭조름한 고갈비 맛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건, 음식 자체보다 그 음식이 담고 있는 시간 때문일 겁니다. 부산에서 청춘을 보낸 분이라면, 한 번쯤 광복동 그 골목을 다시 찾아가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도 그 자리에, 그 맛이 남아 있습니다.
KBS <동네 한 바퀴> 2026년 4월 4일 방송(부산광역시 편)에 소개된 **'광복동 고갈비집'**에 대한 주소 및 연락처 정보입니다.

[광복동 50년 원조 고갈비 - 남마담 고갈비]
등장하는 이곳은 부산 광복동 '고갈비 골목'의 역사를 50년 넘게 지켜온 유일한 원조 가게입니다.
- 가게 이름: 할매집 (또는 원조 고갈비 할매집)
- 주소: 부산 중구 광복로67번길 20-3 (광복동2가)
- 연락처: 051-246-2148
- 주요 메뉴: 고갈비(생고등어 구이), 계란말이 등
- 특징:
- 간고등어가 아닌 생고등어를 사용하여 매일 직접 염장한 뒤 철판에 굽는 방식입니다
- 1970~80년대 대학생들의 아지트였던 가파른 2층 다락방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 현재는 1대 사장님인 애순 할머니와 그 대를 잇고 있는 따님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변 정보 및 팁
- 위치 찾기: 부산 남포동 ABC마트 뒷골목, 아주 좁은 '고갈비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 지도를 잘 살피며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 영업 시간: 통상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운영하나, 재료 소진이나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 문의를 추천드립니다.
50년의 세월이 묻어난 다락방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고갈비의 담백한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PN6zo3c34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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