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비스업 현장에서 몸소 구르며 밥을 먹고 손님을 맞이해 본 사람들은 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느껴지는 공기, 주방에서 들려오는 칼질 소리 하나에도 그 집의 구력이 느껴지는 법이다. 나 역시 40대 중반에 접어들어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끔은 남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밥상을 보며 영감을 얻곤 한다.
이번에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344회에서 골프 황제 임진한 프로와 함께 떠난 제주 밥상을 보며 다시 한번 느꼈다. 제주는 역시 재료가 깡패다. 하지만 그 재료를 다루는 주인장의 손맛은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이다. 장사꾼의 시선과 미식가의 입맛을 빌려 그 뜨거웠던 제주 현장의 맛을 기록해 본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제주 흑돼지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었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고깃집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불판의 상태와 원육의 두께다. 이곳의 흑돼지는 두툼하게 썰어낸 모양새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선홍빛 살코기와 우윳빛 지방의 조화가 마치 잘 짜인 서비스 매뉴얼처럼 완벽했다.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렸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는 지친 일상을 위로하는 음악과도 같았다. 멜젓을 불판 위에 올려 함께 끓여내는데, 비린 맛 하나 없이 감칠맛만 응축된 그 맛은 흑돼지의 풍미를 극대화했다. 고기 한 점을 씹었을 때 터져 나오는 육즙은 이 집 사장님이 얼마나 고기를 정성스럽게 숙성시켰는지를 대변해 준다. 내가 장사해 봐서 아는데, 이런 일관된 맛을 유지하려면 뒤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짐작이 간다.
이어지는 메뉴는 제주 바다의 보물이라 불리는 갈치조림이었다. 사실 갈치조림은 제주 어디를 가나 흔하지만, 진짜 제대로 된 집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곳의 갈치조림은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든 빨간 색감부터 식욕을 자극했다.
갈치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젓가락만 대도 부드럽게 발라졌다. 특히 양념이 잘 밴 무와 감자는 갈치 그 이상의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단맛과 매운맛의 균형이 아주 절묘했는데, 인위적인 설탕의 단맛이 아니라 채소에서 우러나온 은은한 단맛이 인상적이었다. 양념을 밥에 슥슥 비벼 갈치 살을 한 점 크게 올려 먹으니, 임진한 프로가 왜 그렇게 감탄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여기서 잠깐 식객의 마음으로 건강 정보를 챙겨보자면, 제주의 바다가 주는 영양은 실로 대단하다. 갈치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기력 회복에 그만이다. 특히 칼슘과 인, 나트륨 등 무기질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제주 흑돼지는 일반 돼지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과 리놀레산 함량이 높아 혈관 건강에 이롭고 피부 미용에도 탁월하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몸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제주의 보양식이 아닐까 싶다.
세 번째로 마주한 것은 보말칼국수와 성게미역국이었다. 보말은 제주 방언으로 바다 고둥을 뜻하는데, 이 작은 녀석이 품고 있는 바다 향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보말을 통째로 갈아 넣어 녹진하게 끓여낸 칼국수 국물은 보약 한 사발을 마시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면발은 또 어찌나 쫄깃한지, 주인장의 반죽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성게미역국 역시 바다의 신선함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노란 성게알이 아낌없이 들어가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고소했다. 장사를 하다 보면 원가 계산 때문에 재료를 아끼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있는데, 이곳은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고집이 느껴져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존경심마저 들었다.
식당 곳곳에는 임진한 프로와 허영만 화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두 거장이 나란히 앉아 음식을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임진한 프로는 골프 레슨을 할 때처럼 아주 섬세하고 예리하게 맛을 표현했고, 허영만 화백은 특유의 소탈함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두 분 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분들이라 그런지,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깊은 연륜과 겸손함이 묻어났다.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혀를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함께 먹는 사람과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마지막으로 나온 밑반찬들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제주 땅에서 자란 나물과 직접 담근 김치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메인 요리를 빛내주었다. 장사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메인 메뉴보다 밑반찬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이 집은 기본부터 탄탄하게 다져진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손님을 향한 진심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결국 이 작은 반찬 접시 하나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이번 제주 백반기행은 나에게 단순한 먹방 여행 그 이상의 의미였다. 지친 일상 속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따뜻한 밥 한 끼와 그 밥상을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40대라는 나이는 누군가에게는 책임감이 무거운 나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맛의 깊이를 알아가는 멋진 나이이기도 하다. 제주 임진한의 밥상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나도 다시 내 일터로 돌아가서, 오늘 내가 느꼈던 이 감동을 손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드려야겠다. 맛있는 인생, 그것은 결국 맛있는 밥상에서 시작된다.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두항서길 26
연락처: 064-743-4989
주차: 매장 앞 전용 주차장 및 인근 공영 주차장 이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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